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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라지는 것들이 주는 위로 : 2026 해운대 모래축제를 걷다

Last modified by Kay Joo on 2026/05/12 16:30

초여름의 바람이 제법 시원한 해운대였습니다.
사람들이 붐비기 전, 조금은 고요한 백사장을 걸었습니다.

발밑에서 서걱거리는 모래의 느낌이 생경했습니다.
그곳에는 '부산 시간여행'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든 거대한 모래 조각들이 있었습니다.

부산의 옛 모습부터 지금의 화려함,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까지.
그 모든 시간이 오직 '모래'라는 하나의 재료로 빚어져 있었습니다.

7m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,
정교하게 깎인 작품들이 마치 잠시 멈춰 선 시간들처럼 보였습니다.
누군가는 밤마다 이곳에 레이저와 빛을 입혀 화려한 쇼를 만든다고 하더군요.

하지만 제가 마음이 머문 곳은 그 화려함보다는,
언젠가는 파도에 씻겨 내려갈 그 운명에 있었습니다.

정말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들었을 텐데,
결국은 다시 원래의 모래알로 돌아가겠지요.
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.
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, 지금 이 순간의 형태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니까요.

우리 삶도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.
힘든 시간도, 행복한 찰나도 결국은 흘러가 버리겠지만,
그걸 함께 바라봐 준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.

모래 조각은 사라져도,
그걸 보며 느꼈던 마음은 제 안에 작은 조약돌처럼 남을 것 같습니다.

                                                                                                               이지안 🌸